본문 바로가기

거짓말 읽는 법 베티나 슈탕네트

by 커넥터리 2021. 9. 26.
반응형

오랜만에 읽은 철학 책.

내 생각체계는 일단 믿는다. 배신당할 때까지. 배신당하고 나선 의심이 판에 깔린다.

아직까진 사는데 불편함을 못느꼈지만 이렇게까지 거짓말을 습관처럼 한다고? 유형의 사람이 보여서 거짓말에 한번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찾은 책이다.

내가 원하는 정보는 1장까지가 딱 효율적이다. 중후반에는 칸트나 데카르트나 철학자들의 거짓, 거짓말에 대한 고찰들을 예시로 여러가지 관점에서 분석을 하는데 1장까지만 읽어도 만족할만하다.

 

거짓말은 혼자 할 수 없는 행위. 속이는 자와 속는 자의 대화에서 나타난다. 

당할것인가? 알면서 속아줄것인가? 거짓말쟁이에 대한 책을 읽기 전 생각이 책에 많이 나온다. 거짓말 하는 사람은 영리하다고 생각한다.

허나 거짓은 결국 자기가 만든 설정에 들어가 한정된 생각과 행동을 억지로 할 수 밖에 없어서 손해라고 말한다.

거짓말을 이겨내는 방법은 거짓말을 하는 조건과 상황, 거짓말이 나올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인식하고 대응하는게 모르고 하는거와는 다르다는 말을 한다.

 

'상황을 올바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우리의 자만일 뿐이다.

거짓말쟁이의 속내를 간파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그를 너무 믿은 나머지 속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누구도 이런 말을 믿지 않는 만큼 그의 외로움은 더 커진다.'

이런 멘탈관리까지만 하면 충분한 습득이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속임을 당하는 상대보다 더 잘 알 필요가 없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확신이면 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서도 거짓말은 감행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진실로 여기는 것을 의심하면서 시도하는 거짓말은 성공할 수 없다. (확신이 중요한 포인트일까. 거짓말 그럴듯하게 하는 사람들은 자기애나 자기확신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다 들통나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확신이 없는 유형인걸까?)

 

거짓말하는 우리의 능력은 자유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입증해주는 몇 안 되는 데이터 가운데 하나다. 한나 아렌트.진실과 정치

거짓말은 정말 능력이지, 무지함이나 무능함이 아니다. 거짓말은 우연히 일어나거나, 어쩌다 당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생겨난다. (아직 50페이지인데 거짓말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 거짓말을 하는 상황과 거짓말의 사회성으로 확장시켜 분석하는 과정같다.)

 

우리는 앎과 행동을 서로 묶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확신을 가지면서도 우리는 전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이 안다고 확신하는 것과 무관하게 자유롭게 생각할 줄 안다. 우리는 진실을 전략적으로 다룬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자기 확신과 다른 말을 하기도 한다. 

 

거짓말은 놀랍게도 자아의 분열, 자아의 이중화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짓말하는 능력은 우리의 자아, 곧 우리의 확신과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의식할 수 있어야 발휘된다. (위에서 추측한 대로의 내용이 나온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줌으로써 그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가진다. 즉 자기 확신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 변화를 유도할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경험을 직접 봤기때문에 알 수 있는 내용. 나 스스로는 이렇게 해온 적이 없다고 자부하고 싶은데 아닐 수도 있을까? 지금까지 언급한 거짓말에 유형에는 자기확신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탈락이라고 안심하겠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속이려는 상대가 확신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경우 예외 상황으로만 고려한다. 거짓말을 하는 능력은 어떤 생각, 곧 어떤 사고방식이 우리에게 어떤 행동의 결정을 유도하는지 계산할 줄 안다는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쳐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행동하도록 하면서도 여전히 결정은 자유롭게 내린다는 확신을 상대방이 가지도록 하는 것. 이것이 거짓말이다. (거짓말에 대한 명제가 처음으로 나왔다. 이걸 알면서 거짓말 하는 사람이 있을까? 천부적인 재능인가? 내 주변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속이려는 상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그의 개인적인 관점, 지식 수준, 또 그가 말해준 거을 의심하며 통제할 가능성까지 낱낱이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정도면 재능 아닌가요?)

 

거짓말은 사람의 행동을 바꾸려는 시도다.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그가 세계와 관련해 하는 생각을 훔치고, 나의 생각을 전달하여 그가 세계와 관련해 하는 생각을 훔치고, 나의 생각을 전달하여 그 자리에 가져다놓는 것이 바로 거짓말이다. (이기적이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많은 사람이면 누구나 갖는 욕구라고 생각한다.)

 

플라톤의 대화 "어떻게 하면 사기꾼의 가면을 벗길까?" 이런 제목을 지을 수도 있겠다는 작가. 소크라테스가 히피아스를 농락하는 내용을 인용했는데 읽어볼까 궁금해진다.

 

분명 지금 우리가 도덕이나 아름다움을 두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거짓말, 이 경우에는 거짓말쟁이에게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성찰하기 원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중간의 강조)

 

창조성과 거짓말의 차이를 명확히 표현한다. 거짓말쟁이에 대한 칭찬을 했지만 거짓말은 본질적으로 허위의 사실이 들어가는 무너질 수 있는 전개이고 창조성은 무너질 위험성이 없다.

 

앞뒤가 맞지 않는 불일치만큼 인간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일도 없다. 결국 불일치는 의심과 함께 불신을 산다. 그러나 우리의 세계 경험은 불일치로 넘쳐난다.

 

인간은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관계를 다루며 얼마든지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우리는 최종 결과가 어떤 것일지에 비추어 생각하는 경향 탓에, 모든 기억을 이 예상 결과에 맞추어 정리하곤 한다. 이런 목적론적 사고방식은 오류에 빠질 확률이 대단히 높다. 의미를 찾는 것에 과도한 비중을 두어 결정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해석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사실을 무시하는 탓에 이런 오류가 발생한다. (나 또한 이런 오류에 빠진다고 시인한다. 이렇게 좋은 지적이 많아 책을 읽는데 즐겁다.)

 

폭력은 독백인 반면, 권력은 대화다. 폭력은 권력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폭력은 권력을 전혀 만들어낼 수 없다.

 

거짓말쟁이의 허영에 모욕을 느끼며 가슴 아파할지, 아니면 경청의 힘을 고스란히 발휘해 그를 자신의 거짓으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고 주제 넘게 운운한 발전을 현실로 미리 정해두고 그대로 이행하라고 강제할지, 선택은 오로지 우리의 몫이다. (거짓말에 정의에서 해결책까지도 이어진다. 재밌다.)

 

거짓말의 힘은 지식에서 나온다. 세상을 바꾸는 거짓말의 힘은 위조를 일삼는 거짓말쟁이와 속았다고 주장하는 사람 사이에서 작용하는 게 아니다. 그 힘은 거짓말이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지 계산할 줄 아는 사람과, 이런 계산을 한 사람을 희생자로 볼 각오가 되어 있는 우리 사이에서 작용한다.

 

거짓말은 고의적으로 거짓을 만들어낸 사람도 위협한다. 거짓에 속은 사람의 현실은 거짓말을 한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기 행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일을 잊어버릴 소질을 타고나지 않았다. 일단 깨우친 진실을 잊지 않듯. (거짓쟁이의 폐해)

 

상황을 올바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우리의 자만일 뿐이다.

거짓말쟁이의 속내를 간파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그를 너무 믿은 나머지 속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누구도 이런 말을 믿지 않는 만큼 그의 외로움은 더 커진다.

 

거짓말을 읽으려는 우리의 희망과 동시에 거짓말을 읽기 두려워하는 우리의 마음가짐. 우리는 자신이 읽히는 게 아닐까 두려워한다.

 

네가 나에게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라, 내가 너를 더는 믿을 수 없어서 나는 무너져버렸어. 프리드리히 니체. 선과 악의 피안

 

예의로 상대방을 존중하려는 이런 아름다운 자세를 진실의 전략적 이용이라고 폄하하는 태도는 그만큼 거짓말의 본성을 잘 알지 못한다는 반증에 지나지 않는다.

 

거짓말이 무엇인지, 거짓말을 낳는 이 특별한 대화가 무엇인지 경험함을 통해서만 우리는 인간의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믿어야 할 근거를 발견한다. 거짓말한 사람과 속는 사람, 이제 두 사람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함의 차원에 올라서서 거짓을 거짓으로 밝혀주는 이 생각함이 지닌 힘을 믿기 시작한다.

반응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배속으로 월급 독립 김준영  (0) 2021.10.31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0) 2021.10.31
장사의 신 우노 다카시  (0) 2021.09.25
노 필터 사라 프라이어  (0) 2021.09.24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2021.09.23

댓글